하루 24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지만 그 24시간을 모두가 공평하게 사용하진 않는다. 하루의 여가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는 나의 오랜 고민거리였다.
단기 목표도 세워보고 장기 목표도 세워보고 포모도로, GTD도 도입하고 간츠도 사용해보고 하루 표준 계획표도 짜보고 일주일 보고서도 만들어봤다. 하루를 온전히 “노력”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 시도했던 것 대부분은 조금씩 달랐지만 주로 나에게 맞는 일상 패턴을 찾는 과정이었다.
한동안 마음의 짐을 내려두고 생각을 많이 했다. 아직도 이쁜 폰트에 신택스 하이라이팅으로 여러 가지 컬러가 잔뜩 묻은 코드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큰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오랜 생각중에 결정한 것은 내 삶 속에서 개발과 관련된 것들의 비중을 줄이고 다른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로 했다. 하지만 하고싶은 것은 많았고 여가시간으로 그 모든 것을 “잘” 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다. 짧은 시간의 여러 시행착오 끝에 흐름과 리듬을 끊지 않으면서 꾸준한 실행에 집중하고 부담을 완화하는 나만의 시간 활용 방법을 찾아냈다.
그 후로 1년이 지났다. 지금은 이 방법이 상당히 마음에 든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아쉽게도 24시간이다. 그 짧은 하루 중에서 여가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많은 궁리를 했었다. 한때는 가장 효율적인 출퇴근 루트를 찾기 위해 출퇴근 루트 기록을 몇 달 동안 해봤고 최적의 하루 패턴을 찾기 위해 기상 시간 30분 단위로 6가지 패턴의 하루 계획표를 짜기도 했다.
기상 시간
7시 30분
출근 시간
8시 30분
퇴근
6시 10분
-> 점심시간 할애 ( 운동 헬스 )
퇴근 후 남는 여가시간
약 6시간
이것을 어떻게 활용 할 것인가..?
취침시간 ( 12시 ~ 1시 )
여가 시간에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은 개발, 기타연습, 운동 , A( 찾는 중 )++ 이었다. 여기서 운동은 출퇴근 시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여가 시간에서 제외하고 운동도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제외한다. 남은 것은 개발,기타연습이다. 여섯 시간을 확보했다지만 여섯 시간을 온전히 사용할 수도 없었다. 어차피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것을 "잘"하기에는 어떻게 시간을 쥐어짜도 부족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저서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하루에 원고지 20매에 해당하는 분량의 글을 쓴다고 말하며 아래와 같은 내용을 덧붙였다.
“좀 더 쓰고 싶더라도 20매 정도에서 딱 멈추고, 오늘은 뭔가 좀 잘 안된다 싶어도 어떻든 노력해서 20매까지는 씁니다. 왜냐하면 장기적인 일을 할 때는 규칙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쓸 수 있을 때는 그 기세를 몰아 많이 써버린다. 써지지 않을 때는 쉰다,라는 것으로는 규칙성이 생기지 않습니다.”
나는 이 글을 읽고 생각이 크게 달라졌다. 무조건 달린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다. 결국 지쳐서 꼬꾸라진다. 그저 흐름이 끊기지 않고 느리더라도 나의 리듬대로 조금씩 나아지는데 더 큰 의미를 두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결과에 대한 성급한 기대 없이 잘 하고 싶은 것을 하루 최소 25분이라도 꾸준히 규칙적으로 한다면 조금씩이나마 나아질 것이고, 그것이 생산적인 일이라면 언젠가 어떻게든 도움이 될 것이다. 중요한 건 목표가 무엇이고 얼마나 이뤘느냐가 아니라 흐름을 끊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여가시간으로 ”개발”, “글쓰기”, “음악” 총 세 가지 분야에 하루 최소 25분씩 꾸준히 시간을 할애하기로 결심했다.
초반 목표는 내가 하고 싶은 카테고리를 하루 최소 30분씩 모두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개발, 글쓰기, 음악의 카테고리로 하루 30분씩 총 한 시간 반을 투자했다. 중간의 5분은 잠깐 쉬거나 연장해서 사용했다. 주로 새벽 5시 30분 ~ 6시 사이에 일어나서 아침 루틴(스트레칭, 샤워, 명상, 일기, 대체식품 식사, 커피)을 하고 나면 한 시간 조금 넘게 소요되고 7시부터 8시 30분까지 두 시간 정도 집중하고 8시 30분부터 출근 준비를 했다. 독서는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최소 25분은 했다(왕복 50분). 하루의 시작을 이렇게 채우면 출근할 때의 발걸음도 가볍고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는 모든 카테고리를 매일 하는 것보다 카테고리별로 주 단위 계획을 세워 유동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나아 보였다. 최소 25분이었지만 한 시간을 넘기는 것이 보통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루에 두 종류의 카테고리만 수련(?) 해도 될 정도의 주간 계획을 세웠다. 하루에 세 종류의 카테고리를 딱 25분씩만 했다면 그날은 아무것도 싫었던 날이거나 며칠 구멍 나서 25분이라도 채워야 했을 경우다.
그동안 지속적으로 조율해서 완성된 현재 나의 여가 시간 활용 주간 목표는 아래와 같다.
우선순위에 따라 시간을 차등 분배했다. 위 계획은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해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도 주중 하루 정도는 생산적이지 않아도 되는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을 정도의 계획이다. 하루에 인정되는 횟수는 최대 1회다. 습관을 만들고 흐름을 끊고 싶지 않아서 생각한 방법이기에 하루 2회를 했다고 2회를 차감하지 않는다.(빡세게 산다 참..) 주중 소화하지 못했을 때는 주말 2일을 활용해 채워둔다.
한 주에 위 계획을 모두 소화했다면 그 포상으로 주말 정도는 아무 생각 없이 쉰다. 하지만 보통 그 주에 제일 잘 되었거나 더 하고 싶은 것을 몇 시간 정도 하는 편이다. 명상이 포함된 아침 루틴은 특별한 일이 없다면 매일 한다.
아직 미정
하지만 실행 했을떄 1년뒤 나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30분 여가시간 활용법은 크게 세 가지의 장점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동기부여, 집중, 실행 습관이다.